Damn;;;

어렸을 적 집 컴퓨터로 게임을 하다보면 블루스크린이 뜬 경험은 모두 있을 터이다. 정말 난감하다. 3대3 헌터를 하다가, 영혼을 담은 한타 중 기괴한 소음과 함께 시퍼런 화면이 뜨는 것을 보면... 바로 후다닥 피시방으로 뛰어간 적도 있다.

 

요즘에는 블루스크린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뭐가 업데이트 돼고 발달했길래 그런걸까? 예전엔 피시방에서도 자리 잘못 잡으면 블루스크린이 떠서 500원 날렸다는 생각에 정말 속상하곤 했었는데...(1시간에 500원인 아주 저렴한 피시방이 있었다)

 

Serious

절망감을 느끼고 있던 어린 나에게 항상 구원의 손길을 줬던 사람은 아버지의 지인, 컴퓨터 AS기사셨다. 

 

"아빠! 또 블루스크린 떴다..."

"맞나? 기다리 봐라"

 

AS기사분이 오시면 늦어도 다음 날까지는 고쳐져 있었다. 포맷을 다시 하거나 메인보드를 아예 교체하셨었는데 그게 나의 눈에는 하드웨어도 다룰 줄 알고 소프트웨어도 다룰 줄 아는 사람으로 보였었다.

 

'저 정도는 나도 하겠는데?'

 

AS기사분이 고치고 가시면 항상 들었던 생각이다 ㅎㅎㅎ. 하지만 이상하게 컴퓨터 자체를 바꿔도 AS기사분이 수리를 해주셔도 6개월에서 1년마다 블루스크린이 나에게 찾아왔다. 정말 화가 나기도 하고 절망감도 느꼈는데, 그 때쯤 되면 악에 받쳐 주먹을 날려보기도 했다. 물론 고쳐지진 않지만...

 

'뭐가 대체 문젠데!'

 

정말 짜증나서 그냥 내가 고쳐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형 컴퓨터를 통해서 '블루스크린 고치는 방법'이라고 검색하고 에러 코드도 막 찾아보면서 어떻게 하면 되는지 찾아보던 기억이 난다. 물론 AS기사님처럼 간단히 고치진 못했다. 하루를 뚝딱 날린 적도 있던 것 같다.

 

Engineer

 

능수능란했던 AS기사님의 모습을 자주 보고 멋있다고 생각해서 어렸을 때부터 엔지니어의 꿈을 가져었던 것 같다. 누군가 못 고쳐서 끙끙 대고 있을 때 내가 고쳐주고 다시 사용할 수 있게 해주면 얼마나 멋있을까!

 

이러한 작은 바람이 어느 정도 나의 진로에 영향을 끼쳤다는 생각이 든다. 이과를 선택하고, 전기공학과로 입학하여 설비엔지니어로 취업하는 등등...

 

그렇게 4학년이 되어 취준을 하게 되었을 땐 가장 유망한 반도체 산업을 원했고 국내 1위인 삼성에 한번 들어가보고 싶었다. 그리고 설비엔지니어로 일하면 사무실에 있기도 하면서 현장에서 일하면 몸도 근질근질하진 않을거란 생각도 했다.(들어와서 보니 대부분의 업무 시간을 현장에서 보낸다)

 

막상 일해보니 내가 원하던, 어쩌면 '나중에는 괜찮아지겠지'라며 잠시 외면했던 것들이 여기엔 존재하지 않았다. 미래에도 마찬가지일 거라 생각했다. 멋 따윈 다 죽고 원활한 의사소통은 존재할 수 없는 분위기와 교대근무로 인한 패턴 붕괴. 단점도 많지만 좋은 점도 있다. 하지만 많다고 하진 않겠다.

 

그래도 최고의 장점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은 알았다는 사실과 함께, 꼭 바뀌어야 겠다는 간절함이다. 변화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눈으로 변화를 직시하며 점차 성취감을 얻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것이 블로그를 시작하는 가장 큰 이유인 것 같다. 조금 무거운 느낌이 드는데 그저 떠오르는 생각들을 편하게 내뱉고 가볍게 얘기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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