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만의 생각을 솔직하게 적었습니다.

 

 오랜만에 반도체 설비 엔지니어에 대한 글을 써본다. 설비 셋업 업무를 반년 정도 하다가 현재는 양산 업무를 맡고 있다. 설비 셋업이 말그대로 설비를 설치하기 위한 업무를 하는 거라면, 양산 업무는 셋업이 끝난 설비들이(보통 양산 설비라고 한다) 고장이 나면 조치하고, 고장이 나지 않도록 유지 보수하는 업무를 한다. 쉬프트 업무라고도 부르고, 이는 익히 알고 계시듯 교대 근무로 이루어진다.

 

궁금해

 

 내가 취업 전까지 교대 근무에 가졌던 궁금증은 다음과 같다. 그리고 그에 대한 답도 다음과 같다.

 

- 교대 근무는 언제까지 해야 할까?

 10년 이상이다. 극소수로 신입사원때부터 셋업 전문 혹은 다른 오피스 업무를 맡은 인원도 있다. 하지만 이들은 10명 중 1~2명이다. 중간에 부가 업무로 인해 오피스로 빠질 때가 있는데 결국엔 다 교대 근무로 돌아오는 것을 봤다.

 

- 취미 생활은 할 수 있을까?

 교대 근무에 들어가는 이상, 타인들과 어울리는 취미를 가지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했다. 혼자 하는 취미는 충분히 할 수 있겠지만! 

 

 원래 취미는 주짓수였다. '원래'라는 말을 붙였는데 지금은 안하고 있다. 솔직히 못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주짓수의 경우 헬스와는 달리 정해진 시간에 가서 수업을 듣는 방식인데, 내가 사는 곳 주변에는 아침에 하는 수업이 없다. 이는 GY때나 SW때는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DAY때만 하기에는 돈이 너무 아까웠다. 시도는 당연히 해봤다. 근데 할 짓이 아니었다. 그래서 지금은 다니지 않고 있다. 지금 취미는 그냥 유투브 시청이 되었다. ㅎㅎㅎ...

 

- 돈은 정말 많이 줄까?

 돈은 많이 주는 것 같다. 근데 교대라고 그렇게 엄청 불어나진 않는 것 같다.

 

- 정말 건강이 그렇게 쉽게 나빠질까?

 교대 근무의 가장 큰 단점으로 알려져 있다. 나에게도 가장 큰 단점이다. 다른 이유도 있지만 정신적으로 많이 안좋아졌고 신체도 많이 마모되었다. 운동을 안해서 그런 것도 있겠다. 난 근데 재미 없으면 운동 안한다. 헬스든 머든... 가끔 답답할 땐 조깅 정도는 하는데 그래도 예전 만큼의 신체 능력은 나오지 않는 것 같다.

 

 돈 많이 벌어도 결국엔 나중에 나이 먹어 든 병을 고치는 데에 쓰게 되지 않을까...?

 

 

 

다시 돌아간다면?

 

 많은 분들이 교대 근무를 기피한다. 겪어보진 않았지만 익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라이프가 어떻게 망가질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비에 지원한다. 나도 그랬다. 나는 똥된찍이다.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서 확인해봐야 안다. 그리고 나한텐 똥이라는 걸 깨달았다. ㅎㅎㅎ 정말 칼같이 교대를 하겠어? 내가 가는 곳은 다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끝까지 설비로 밀어부쳤었다. 솔직하게 다시 돌아간다면 지원하지 않을 것 같다.

 

 

 

보람과 장점은 있다

 

 어떤 일이든 당연히 보람은 있었다. 내가 직접 어떤 액션을 취해 설비를 고쳤을 때, 내가 보수한 장비가 잘 작동될 때이다. 그리고 부서원들과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한 집단의 일원으로서 몫을 어느정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은근 근무 시간이 잘 지켜진다. 남아서 가끔 잔업을 할 때도 있지만 선배들도 빨리 집에 가고 싶어서 8시간(정확히는 9~10시간 정도 되겠다)만 채우고 대부분 퇴근한다.

 

 

 

선택

 

 여기서 나에 대해 많은 걸 깨달았다. 나는 잡담이 가능한 분위기에서 오히려 빠르게 성장한다. 그리고 전체 흐름을 파악하는 데에는 다소 시간이 걸리지만 파악하는 순간 확신을 가지고 누구보다 잘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그리고 동시에 믿고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우러러 볼만한 멘토가 아직은 필요한 존재이다.

 

 나에 대해 조금은 더 알게 되었기에 지금은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할지 말지... 1월이 지나면 어떻게든 결과가 나올 거다.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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